좌혜선
허기 찬 밤, 냉장고를 들여다보는 한 여자가 있습니다. 손 가는 음식이 없는 건지, 멀뚱히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. 밝음과 어둠을 가르는 것은 오직 냉장고 불빛입니다.
좌혜선 작가의 작품은 살기 위해 오늘을 이겨내는 사람들 - 어쩌면 우리들 - 을 조명합니다. 생명력이 뿜어내는 수분일까요, 목탄과 동양화 분채 안료를 여러 겹의 거친 붓터치로 쌓아 올려 만든 화면은 몹시도 축축합니다. 산 것은 유연하고 죽은 것은 뻣뻣합니다. 기괴하게 일그러진 신체는 그래서 죽으려고 하기보다는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느껴집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