홍이현숙
우리의 상상은, 인간의 시선은, 인간이 아닌 존재에게 얼마나 다가갈 수 있을까요? 홍이현숙 작가는 인간 대 비-인간이라는 근대의 이분법적 논리를 극복하고, 비-인간 존재와의 동등한 소통 가능성을 탐구합니다. 작가는 ⟪사자자세⟫(2017)에서 사자의 행동과 소리를 있는 힘껏 모방하며 인간의 한계를 넘어 사자-되기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. 한편, ⟪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⟫(2021)은 닿을 수 없는 곳에 위치해 있고 거대한 크기 때문에 한눈에 담기도 어려운 북한산 승가사 마애불을 손이 아닌 카메라로, 촉각적 시각으로, 청각적 상상력으로 그려내며 절대 가 닿을 수 없는 존재와의 접촉을 경험하게 합니다. 사자가 되어 보려 눈알이 튀어나오도록 애써보는 순간, 그리고 목소리로 마애불을 만지는 순간, 우리가 경험하는 감각의 치환이야말로 비-인간 존재와의 연결의 단초일지도 모릅니다.